지금 우리는... Present, Are We?

글/ 김도연 Sophie
2024.04.24


약 3년간의 코로나 기간을 거치며 얼마 지나지 않은 최근까지, 인류는 고립된 상태로 생존싸움을 겪어야 했다. 바이러스와의 싸움이 종식된 지금, 전 세계 곳곳에서는 아직도 전쟁과 학살이 자행되고 있다. 그밖에도 비교적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 현대인들조차 매 순간 크고 작은 차별에 맞서서 소리없이 각개전투를 치르며 고독한 자리싸움 중이다. 자유를 표방한 개인주의가 팽배한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지금 한순간이라도 제대로 함께 있는가? 수많은 역사책과 박물관이 증명하고, 지금 살아있는 우리의 존재가 방증하듯, 인류의 지난한 역사동안 우리는 공동체를 이루며 생존해왔다.


우리는 어떻게 계속 해서 '우리'로서 살아갈 것인가, 작가 천예지는 그의 유토피아적 세계관을 투영한 작업을 통해 이와 같은 질문을 던지고 다양한 대안적 가능성을 제시한다. 천예지는 회화, 영상, 그리고 3차원 오브제를 통해서 역동적인 상호작용이 일어나고 있는 새로운 세계를 구축해 나간다. 그의 작품 속에는 인간이나 동물과 닮은 혼종적 생물체 또는 기포 형상의 세포가 출현하며, 이와 같은 형상의 몸은 주변 환경과 연결되고 맞닿아진 상태로 표현된다. 작가의 작품에 나타난 대부분의 개체들은 홀로 두드러지거나 따로 떼어져 있지 않으며, 각각의 개체는 서로에 포개어 지고 기대어진 채로 표현된다. 이와 같은 양상은 상호공존하며 오롯이 홀로 존재할 수 없는 생태계 구성원의 운명과 그들이 이루는 세계를 암시한다.


작가는 그의 작업을 통해서 환경 오염, 전쟁, 혐오, 차별 등이 만연한 동시대에 우리 사회가 각기 다른 입장을 내세워 쌓아올린 대립의 벽을 허물 것을 촉구 한다. 동시에 뗄래야 뗄 수 없는 '나'와 타자의 관계에 대해 곱씹어보게 하며 나' 이외의 존재와 상호 작용이 필연적인 것임을 직시하도록 한다. 작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파스텔 톤의 푸른색과 분홍빛 색조는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애니메이션의 등장인물처럼 친밀해보이는 캐릭터의 구현은 작품에 대한 관람자의 접근성을 용이하게 한다. 더불어 입체적이고 생동감 있는 개체들은 자연스레 보는 이의 시선을 끌고, 작품과 관람자 사이에 이루어지는 유희적인 상호작용을 형성한다. 이와 같은 작업 요소를 통해서 관람자는 경계심이나 어려움 없이 작품에 초대되고, 이런 과정을 통해 관람자의 자율적 시간 속에서 작업이 내포하고 있는 함의에 대한 다층적 해석이 이루어진다.


작가는 영상 및 3차원 오브제 등의 매체를 활용하여 그의 작업에 생동감을 부여하고 약동하는 유기 체간의 관계 맺기를 생생하게 묘사한다. 회화 작업에서의 입체적이고 촉각적인 개체를 통해서 이미 예 고되었던 3차원성은 3D 프린터를 통해 실제 세계에서 구현된다. 상상에서 구현되었던 새로운 세계 속의 생물은 만질 수 있는 오브제로 관람자 앞에 놓여, 본격적으로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물기 시작한 다. 이와 같은 해체의 과정은 회화, 영상, 오브제 등의 창조물 그 자체를 통해서 전개되며 작품 세계에 서처럼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개체의 유기적인 관계와 공존 가능성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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